2023년 회고

2023년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뭔가를 써보려고 합니다. 올해는 저에게 있어서 여러가지 일이 많이 일어난 해였기도 하고, 심적으로 힘든 해였기도 합니다. 그래도 언젠가 돌아보면 힘든 기억은 사라지고 추억만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퇴사했습니다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이름 들으면 알 수도 있는 괜찮은 공공기관이었는데, 그동안 민원인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던 것 같습니다. 두 달 정도의 병가를 쓴 후, 원래는 휴직계를 낼 생각이었으나 휴직 기준이 바뀌어서 그냥 퇴사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5년 정도 회사를 다녔던 것 같습니다. 막상 퇴사하고 나니 인생의 많은 것이 없어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인생의 1/4 이상을 함께한 곳에서 떠났으니까요. 그래도 회사는 저 없이도 잘 굴러가나 봅니다(그런데 직원찾기에서는 아직도 남아있는).

이후에는 단기 알바를 몇 개 뛰다가, 롯데타워 전망대에서 한 달 가량을 일했습니다. 저에게는 서비스직이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작은 회사에 들어갔다가, 처음에 얘기한 것과 다른 일을 시키는 일이 늘어나면서 다시 퇴사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저는 하고 싶지 않아요...

PS에 진심인 자

스트릭.

이번 해에는 알고리즘 문제해결을 꽤나 진심으로 팠었습니다. 마침 1학기에 관련 수업을 듣는 것도 있었고(물론 학점은...),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는 게 많습니다.

백준 대회도 여럿 출전하고,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오프라인 이벤트여러 번 참여했습니다.

한 8~9월쯤부터 자주 안 들어가기는 했는데, 최근에는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그랜드 아레나 파티 참가 안내.

내년 2월에 열릴 그랜드 아레나 파티에 감사하게도 참여할 기회를 주셔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행기를 택시 타듯 하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올해에만 일본을 4번이나 다녀왔고, 국내 여행도 많이 다녔습니다.

퇴사를 하고 휴학을 하면서 힐링도 하고 경험도 쌓을 겸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그 덕분에 돈이 없어졌습니다... 이제 돈을 좀 벌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뭘 할 건데?

글쎄요, 아마도 조금 더 쉬면서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 한 해도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2024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KTX 대피도우미 좌석을 알아보자

저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일이 생기면 주로 KTX를 이용하는데, 이번 여행 때 이용했던 대피도우미 좌석을 알아보겠습니다.

KTX 열차.

KTX에서는 운임 등에 따라서 선택 가능한 좌석이 여러 가지입니다. 그 중에서 '대피도우미' 좌석은 열차 사고 등 비상상황 시에 승무원을 도와 다른 승객을 대피시키는 역할을 하는 자리입니다. 비행기로 따지면 비상구 좌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만 20세~50세 사이 성인만 코레일톡 앱을 통해 예약할 수 있고, 해당 열차의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서울 → 부산, 서울 → 광주송정 같이요. 서울 → 대전 등을 예매할 때는 대피도우미 좌석이 선택이 되지 않습니다.

코레일톡 앱의 열차 선택 화면.

열차 선택 화면에서 '일반석'이라고 써있는 버튼을 누르면 유아동반석, 휠체어석 등 다른 좌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화면에서 '대피도우미'를 눌러 보겠습니다.

구매동의 확인 화면.

이 자리는 긴급상황 발생 시 승무원을 도와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뜹니다. 비행기의 비상구석을 끊어도 이렇게 안내를 해 주니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예매하면 코레일 마일리지를 10% 적립해 줍니다. 일반석은 보통 5%를 적립해 주니 5% 추가 적립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비상상황이 발생해 도우미 역할을 수행할 경우 KTX 무료 이용권도 준다고 합니다.

일반석 선택 화면. 모든 좌석이 매진되었다.
대피도우미 선택 화면. 좌석이 남아 있다.

이렇게 좌석이 남아 있는 열차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좌석 지정 화면.

좌석은 1C(맨 끝 통로측)으로 고정됩니다. 다른 자리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마 니 까먹지 말어라?

실제로 2023 지스타가 끝나고 서울로 올라갈 때 대피도우미 좌석을 예매했었습니다. 사실 좌석이 매진되거나 하지는 않아서 일반석을 예매할 수도 있었지만 마일리지를 더 받기 위해서 도우미석을 예매했습니다.

KTX 승차권.

그리고 지연과 함께했습니다.

롯데월드타워에 불이 나면 어떻게 탈출하죠?

이 글에서는 초고층 건물에서의 피난 계획과 초기 소화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필자는 건축공학과 소방학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꼽으라면 옛날에는 63빌딩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잠실 롯데타워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높이가 555m에 이르는 이 건물은 세계에서도 5번째로 높은 건물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에는 롯데월드타워의 전망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롯데의 빨간 피가 흐른다 업무 특성상 전망대 위로 올라갈 일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안 해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불나면 어떡하지?

신입 캐스트 교육 때 설명하고 넘어갔는데, 더 알아보고 싶어서 자료를 좀 찾아봤습니다.

서울스카이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이제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전망대 117층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107층 식당[1]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시그니엘 입주자 등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도 못 가봤어요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초기 소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좋았겠지만, 걷잡을 수 없이 불이 번지고 있습니다. 여기를 빠르게 빠져나가야만 합니다. 모두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든 살 방법은 있다

보통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말고 계단을 통해 대피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117층에서 1층으로 계단을 통해 내려간다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옥상으로 올라가야 할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롯데월드타워의 옥상에는 헬리포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헬기도 날 구해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2]헬기를 통해 인명 구조가 가능한 대피공간이 있기는 합니다.. 그럼 남은 선택지는 하나 뿐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것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괜찮을까요?

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됩니다. 다만 117층에서 바로 내려가는 건 아닙니다. 우선 계단을 통해 가장 가까운 피난안전구역까지 가야 합니다. 모두가 계단으로 몰리게 되면 엄청난 혼잡이 발생하므로 1차적으로 피난안전구역으로 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롯데타워에는 피난안전구역이 총 5곳(22, 40, 60, 83, 102층) 있습니다[3]건축법 시행령 상 초고층 건축물에는 피난안전구역을 최대 30개 층마다 1개 이상 설치해야 합니다.. 이 층에는 어떤 상업 시설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 재난 상황을 위해 비워둘 뿐입니다(피난안전구역 이외의 공간에는 기계실이 있습니다).

롯데월드타워 피난안전구역.

비상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반드시 피난안전구역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계단으로 1층까지 내려갈 생각은 안 해도 됩니다. 그리고 모두가 대피해야 할 정도의 재난 상황이면 비상계단으로 저와 같은 캐스트 또는 직원들이 유도를 할 겁니다.

롯데월드타워의 전체 엘리베이터 61개 중 19개는 평상시에는 일반 엘리베이터지만 화재 시에는 피난용으로 전환되어 각 피난안전구역에서 1층만을 왕복하게 됩니다[4]비상 모드로 전환된 엘리베이터는 관리 키가 있는 관리자만이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1층으로 갈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살았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면, 마시멜로를 구워 먹어봅시다.

이런 걸 활용할 일이 없어야 하는데

비상시에는 이렇게 탈출하면 됩니다. 하지만, 초기 소화가 제대로 된다면 위에서 설명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소화기가 중요한데요, 롯데월드타워 뿐만 아니라 많은 건물들에는 내 가까이에 소화기가 있습니다.

제 업장을 예로 들면, 일단 '문 근처에는 다 있다'가 어느 정도 성립합니다. 실제로 찾아보니 대충 둘러보아도 2~3개 정도는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소화기로 끌 수 있는 불이라면 소화기를 찾아봅시다.

참고문헌

  • 박형주, 이영재. (2018). 초고층건물 피난계획시 피난용 엘리베이터 이용에 의한 피난소요시간의 단축효과 연구. 한국화재소방학회 논문지, 32(6), 46-54.
  • 오현석. 50층 이상 초고층 화재 '피난안전구역에서 승강기로'. MBC, 2017년 1월 4일.

각주

각주
1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시그니엘 입주자 등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도 못 가봤어요
2 헬기를 통해 인명 구조가 가능한 대피공간이 있기는 합니다.
3 건축법 시행령 상 초고층 건축물에는 피난안전구역을 최대 30개 층마다 1개 이상 설치해야 합니다.
4 비상 모드로 전환된 엘리베이터는 관리 키가 있는 관리자만이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대체 뭘 했는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 비위 의혹 관련 감사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블루 아카이브' 사건에서 시작된 큰 불길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게관위는 그동안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있었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99.9%의 사람들이 싫어할 정도라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거기다가 쐐기를 꽂은 게 바로 블루아카 사건이었고, 게관위의 등급 심의가 불공정하다며 이상헌 의원을 비롯한 5,489명이 국민감사를 청구했고, 그 결과 나온 것이 이번 감사보고서입니다.

그동안 의혹으로 보였던 것들이 사실로 드러났고, 심지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다른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여기서 말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KBS의 기사입니다.

게관위는 2017년부터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이라는 시스템의 '구축 사업'을 추진해 서류상으로는 개발이 완료되었고, 계약금액으로 계산하면 약 31억 원 이상이 투입되었습니다(부대비용을 포함하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개발이 완료된 시스템이라면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물통합관리시스템'은 전혀 돌아가지 않았고, 연계시스템이나 모니터링 시스템 등 일부 시스템만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감사하기로 한 사항에 대해서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한 결과, 위법하고 부당한 사항이 발견이 되었습니다. 기관을 감사하면 안 털리는 경우가 없다고 하지만, 이번 건은 웃겨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①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검수 후 대금 지급 등 계약관리업무 부당 처리

▪ 용역 대금은 과업의 완성 여부를 검사하여 합격한 경우 지급하는 것이 타당
- 게임위는 보조사업의 회계기간 내에 집행한다는 명목으로 통합관리시스템 1․2단계 및 감리용역 모두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합격한 것으로 검수한 후 대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나 사업자가 과업을 마무리하지 않고 철수하여 적어도 6억 원 이상 손해 발생
- 그리고 게임위는 감리업체에 감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하여 줄 것을 종용하였고, 감리업체가 이에 응하여 거짓으로 작성한 감리보고서를 게임위에 제출하자 이를 검수 업무 등에 활용
- 또한, 언론에 통합관리시스템의 검수 문제 등이 보도되자 게임위는 허위․과장된 해명자료를 작성․게재하였을 뿐 아니라 추가 감리를 통해 이를 무마하기로 방침을 정한 후 추가 감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리자료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인위적으로 통합관리시스템의 과업 진척률을 97%로 만들었으나 실제 진척률은 47%에 불과

②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과 용역에 대금을 지급

▪ 게임위는 자체등급분류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용역을 수행하기 위해 위 검증용역에 활용할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먼저 구입하였는데
- 라이선스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검증용역에 활용할 수 없었는데도 서류상 검증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되어 있어 점검한 결과, 라이선스 납품 사실을 게임위와 업체 모두 입증하지 못하였고,
- 검증용역도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검수 후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약 6개월 뒤에서야 결과를 제출받았으나 실제 검증 과업이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

이제 감사보고서의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감사보고서 안의 고유명사는 이미 익명 처리가 되어 있지만 임의로 변경했습니다.

시스템 구축 관련 비리

관계법령

우선 사전지식이라 할 수 있는 관계법령부터 훑고 지나가겠습니다.

전자정부법과 용역계약일반조건 등에 따라, 공공기관이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감리를 받아야 되고, 당연히 감리보고서에 구라를 치면 안 됩니다. 시스템을 구축할 때 내용이 변경되면 그에 맞춰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하고, 검사를 통해 완성되었는지를 확인한 후 돈을 줘야 합니다. 당연한 거죠.

문제점

1단계 사업 관련

게관위는 2017. 12. 27. A회사와 시스템 구축 계약을 하고, 다음 날 B회사와 감리 계약을 합니다.

1단계 계약이 종료될 즈음 A회사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단계 사업 중 42.2~49.9%밖에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게관위는 B회사가 감리를 진행하고 있어 감리보고서를 받지 못했던 상황임에도, 2018. 6. 20~21일에 A회사와 B회사로부터 준공계를 제출받았습니다. 준공계는 우리 다 끝났어요 하는 문서인데, 이걸 미리 받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28일, 게관위는 적정의견으로 검수를 한 후, A회사에 4억 5천만원, B회사에 2천만원을 줍니다.

그러나 B회사가 제출한 감리보고서에 따르면, 요구사항 514개 중 34개만이 적합 판정을 받습니다. 심지어 이 34개마저도 비기능 요구사항이고, 기능 요구사항 104개가 완료되었다고 했으나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감리보고서 상에는 '심각한 일정 지연', '현실적으로 불가능', '비상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B회사는 감리를 잘 한 겁니다. 일정을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고 잘 써 놓았으니 말입니다.

A회사는 이후 1단계 요구사항 610개 중 255개만 구축하고, 나머지는 2단계로 미루거나 삭제합니다. 한편, 게관위는 355개 요구사항을 삭제하고서도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습니다.

2단계 사업 관련

게관위는 2018. 12. 27. A회사와 C회사가 공동수행하는 방식으로 또 시스템 계약을 합니다. 그러나 감리 계약은 11개월이나 지난 2019. 12. 23. D회사와 감리 계약을 합니다. 감리 업체가 바뀌었네요. 더 문제는, 감리 기간이 9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2019. 12. 23. A회사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2단계 2차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인데도, 아직 1단계 사업을 하고 있었고, 2단계 사업은 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26~27일에 A회사와 D회사에게 준공계를 받습니다.

그리고 12월 30일에 D회사는 B회사의 1단계 추가감리보고서(위에서 말한 감리보고서와는 또 다른 내용입니다)를 게관위로부터 받아 이름 같은 형식적인 부분만 바꾸고 내용을 베껴서 감리보고서를 냅니다. 그리고 또 적정의견으로 검수를 한 후 A회사에 1억 8천만원, D회사에게 8천만원을 줍니다.

이후 A회사는 2단계 사업의 하자보수 기간 도중, 2020년 9월 말에 튀었습니다.

한편, KBS의 보도가 나오자 게관위는 D회사를 통해 2단계 사업에 대해 추가감리를 하고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346개의 요구사항 중 340개가 구현되고, 그 중 333개에 대해 적합으로 판정해 무려 96%가 적합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 비율을 맞추려고 안 된 걸 삭제하고 이미 게관위와 전산 유지보수 업체가 하고 있던 업무를 요구사항으로 추가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감사원의 손해액 산정

감사원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 손해액을 6억 6천만원 이상으로 산정했습니다. 사실 전산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긴 합니다.

업무 담당자의 부당한 업무 처리

이제 메인 주인공 두 명이 나옵니다. 편의상 E씨(감사보고서 상 D)와 F씨(감사보고서 상 G)로 하겠습니다. E는 게관위 직원이었고, 현재는 퇴사해 한국조폐공사로 이직했습니다. F는 현재까지 게관위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E는 1단계 계약이 종료될 시점에 50%도 안되는 진척률이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사업기간 내에 사업비를 집행해야 한다고 하고 A회사에 준공계를 먼저 낼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F에게 사업기간에 맞춰서 회계처리를 해야 하고 안 돼있는 부분은 하자보수로 완료하겠다고 보고하고 검수보고서를 결재를 받습니다. 그리고 돈은 나가버렸습니다.

2단계 2차 계약의 종료 시점에는 착수조차 하지 못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고보조사업 회계처리 기한을 핑계로 A회사에 준공계를 먼저 낼 것을 요청합니다. 그 준공계를 받고 검수보고서를 또 써서 또 결재를 받고 돈을 내보냅니다.

그 과정에서 F는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E로부터 보고받아 알고 있었음에도, 검수보고서를 결재해 돈을 주도록 합니다.

그 와중에 1단계 사업이 완료되지도 않았음에도 보조금 집행을 핑계로 2단계 사업을 추진하면서 임의로 과업을 변경하고, 이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했는데 전혀 조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이 회계기간 안에 끝나지 않으면 사업기간을 연장하거나 보조금 예산을 다음 연도로 이월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잘 집행했어요 하고 정산보고를 한 다음 보조금을 계속 받습니다.

한편, 2단계 2차 감리보고서를 받는 과정에서 1단계 추가감리보고서를 D회사에 넘기면서 이걸 베껴서 감리보고서를 쓰라고 하고, 그걸 받아서 검수하고 돈을 줍니다.

A회사는 하자보수기간 중이었던 2020년 8월에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E에게 통보를 하고, 실제로 런을 칩니다. 그런데도 이를 F에게 보고를 안 하다가, KBS 보도가 나오고 해명자료를 작성할 때가 돼서야 '사업자가 현재 충실히 하자보수 중은 아니고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몇 달 전부터 있었다'고 F에게 보고를 합니다.

심지어 해명자료를 작성하면서 D회사가 제출한 보고서는 1단계 추가감리보고서를 형식만 바꾼 것인데도, 이를 이용해 83%, 단순 오류사항을 포함해도 76% 이상은 완료가 되었고, 하자보수를 통해 95% 이상 과제가 완료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작성하고 F에게 보고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F는 76% 관련 문구를 빼도록 지시합니다.

이후 F가 추가감리를 통해 이상이 없는 걸로 보이게 하자고 방침을 정하고, 진척률을 높이라고 지시를 합니다. E는 D회사에게 추가감리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받는 과정에서, D회사의 감리원에게 이 방침을 알려주면서 이에 맞춰서 감리를 진행하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 감리원이 적합률을 높이기 위해 과업을 추가하거나 삭제한 것에 대한 근거를 요청했는데, E는 A회사 직원의 명의로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합니다.

이후, E는 해운대경찰서에서 이 사업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사를 할 것이라고 통보를 받습니다. 그러자 D회사에게 추가감리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고, 받은 다음 날 경찰 조사를 받으며 그 보고서를 근거로 96%가 구축이 되었다고 소명을 합니다.

관계기관 의견, 조치사항

게관위는 감사원에 E의 위법행위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내부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답변을 합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게관위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감사원은, F를 정직 등 중징계처분하고 E는 이미 퇴사를 했으니 이직한 기관으로 이 내용을 통보하라고 하고, A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이를 통해 손실이 보전되지 않으면 E와 F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A회사에 대해 국가사업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하라고 통보하고, 감리를 수행한 D회사에 대해 업무정지 등 처분을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과 용역에 대금을 지급

게관위는 이 사업 진행 도중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어떻게 엮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G회사의 블록체인 라이선스를 C회사로부터 구입하고[1]보통 공공기관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어도비 사의 프로그램 같은 경우 한국 총판과 비슷한 중간상이 끼어 있어서 이를 통해 구입을 합니다. 이 … Continue reading, 이후 블록체인 검증용역을 체결하게 됩니다.

관계법령

역시 사전지식인 관계법령을 봅시다. 게관위 자산관리규정 등에 따르면, 2천만원 이하의 물품은 수의계약[2]보통 공공기관이나 국가가 계약을 할 때는 공개 입찰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다만, 보통 소액의 경우에는 수의계약이라고 해서 적당한 … Continue reading을 통해 할 수 있고, 가급적 2인 이상의 견적서를 받아 처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견적을 받을 때는 각각의 업체에서 직접 제출받아야 합니다. 당연히, 납품이 잘 되었는지 검수를 하고 돈을 줘야 합니다.

문제점

여기서도 문제가 나옵니다. 사실 이 부분이 너무 웃깁니다.

게관위는 블록체인을 시스템에 엮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블록체인 검증용역을 2019년 2월에 발주하고, 이를 위한 라이선스를 구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E는(위에 있는 E와 같은 E입니다), C회사를 미리 점찍어두고, C회사를 포함한 3개 회사의 견적을 C회사로부터 다 받습니다. 그리고 E는 라이선스 구입계획이 결재되기도 전에 C회사를 통해 라이선스 구입을 완료를 합니다. 심지어 구매계약을 체결하지도 않고, 제대로 납품된 것인지 확인도 안 하고, 검수보고서도 작성하지 않고 1200만원을 줘버립니다.

웃긴 건 이 부분입니다. 감사원은 라이선스의 적정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는데, C회사는 G회사로부터 라이선스를 구입한 거래 내역을 찾을 수 없다고 회신했습니다. G회사는 C회사에 라이선스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을 합니다. 게관위는 대체 뭘 받은 걸까요?

심지어 이 라이선스는 발급받은 때부터 6개월 안에 사용해야 함에도, 블록체인 검증용역을 그래서 2월에 실시하는 걸로 결정해놓고서도, E는 바쁘다고 안 하다가 12월이 되어서야 검증용역을 합니다. 그 검증용역도 원래는 6개월 동안 한다고 했는데 1개월로 바꿨고, 심지어 1개월로 바꾼 계약을 체결한 지 1주일 만에 완료되었다고 검수를 하면서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고 검수보고서를 또 또 씁니다. 이 용역에 대해 소스코드 등을 C회사에서 제출받았어야 함에도 아무것도 안 받았습니다. 그리고 F사무국장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결재를 합니다. 원래는 6개월에 걸쳐 해야 하는 사업을 1주일 만에 끝냈다는 겁니다.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C회사가 제출한 용역 산출물을 확인한 결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였다는 증빙도 없고, 실제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사용하였다는 흔적조차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C회사에 이를 확인 요청하였으나 C회사는 담당자가 퇴사하고 대표도 바뀌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회신을 합니다.

조치사항

C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손실이 보전되지 않으면 E와 F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주문하는 한편, C회사에 대해 형법 제347조(사기) 혐의로 고발하며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에 따라 환수하고 부정당업자 등록 등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진행

게관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감사원 처분요구사항에 대해 철저히 이행하겠다면서, 본부장 전원이 본부장보직을 사퇴하고 재무계약팀을 신설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감사원은 기관에 처분요구를 하는 것까지가 일입니다. 이후의 대응은 기관이 해야 합니다. 이 일은 모두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게관위를 잘 지켜봐야 합니다.

감사보고서는 여기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각주

각주
1 보통 공공기관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어도비 사의 프로그램 같은 경우 한국 총판과 비슷한 중간상이 끼어 있어서 이를 통해 구입을 합니다. 이 경우도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2 보통 공공기관이나 국가가 계약을 할 때는 공개 입찰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다만, 보통 소액의 경우에는 수의계약이라고 해서 적당한 업체를 알아서 선정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WWDC 2023 둘러보고 iOS 17 사용해보기

WWDC 2023의 로고.

6월 6일 새벽 2시(현지 시간으로 5일 오전 10시), WWDC 2023이 열렸습니다.

팀 쿡. © Apple.

이번 WWDC에서 무엇이 공개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MacBook Air 15인치 공개

MacBook Air 15 공개

15인치 맥북 에어가 공개되었습니다. 맥북 에어는 13인치로만 나왔는데, 15인치 크기의 맥북 에어가 새로 나왔습니다. M2 칩을 사용해 성능 향상이 어쩌고 합니다. 15인치 노트북 중에서 가장 얇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만, LG 그램 15인치가 10.9mm로 더 얇습니다). 가격은 $1,299 / 1,890,000원부터 시작합니다.

M2 Ultra 칩 공개

M2 Ultra 공개

전 세대 M1 Ultra의 뒤를 잇는 M2 Ultra가 발표되었습니다. M2 울트라는 M2 맥스 칩을 두 개 이어 붙인 칩입니다. M1 울트라보다 CPU 성능은 20%, GPU 성능은 30%, 뉴럴 엔진은 40%가 빨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대 192GB의 통합 메모리를 제공한다고 합니다(램이 192기가라는 얘깁니다). 이미 전작인 M1 울트라도 일반 사용자에게는 엄청난 오버스펙일 정도였는데, 이번 M2 울트라는 얼마나 오버스펙일지 궁금합니다...

M2 Ultra 탑재 Mac Studio와 Mac Pro 공개

Mac Studio, Mac Pro 공개

그래서 M2 울트라를 어디에 써먹을까요? 라는 질문에 애플은 맥 스튜디오와 맥 프로로 대답했습니다. 맥 스튜디오는 영상 편집 등에 적합한 기기로, 이번 제품은 M1 울트라를 탑재한 전작에 비해 최대 3배 빨라졌다고 하고 있습니다. 맥 프로는 이전에는 인텔 기반이었는데, 이번 맥 프로는 M2 울트라 칩을 탑재해 이제 모든 맥 제품이 Apple Silicon 기반으로 전환을 완료했습니다. 썬더볼트 4 포트를 무려 8개를 달고, PCIe 슬롯을 6개를 달았다고 합니다.

맥 스튜디오는 $1,999 / 2,990,000원부터 시작하고, 같은 사양의 맥 스튜디오와 맥 프로를 비교하면 맥 스튜디오는 $3,999 / 5,990,000원, 맥 프로는 $6,999 / 10,490,000원입니다.

저는 못 사겠군요. 🙁

iOS 17 공개

iOS 17 공개

iOS 17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기능을 공개했습니다. 개인용 연락처 포스터, 라이브 음성 메일, FaceTime 비디오 음성 메일, 체크인 기능, 라이브 스티커 등등입니다. 자동 교정이 더 개선되고, 잠금 화면을 위한 대기 모드가 추가되며, 일기 앱이 추가됩니다(하반기에 추가 예정).

iPadOS 17 공개

iPadOS 17 공개

iPadOS 17은 iOS 17과 많은 부분을 공유합니다. 잠금 화면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지고, 라이브 액티비티가 추가되며, 무려 '여러 개의 타이머를 동시에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걸 기능이라고 자랑하냐...? 아이폰의 건강 앱이 아이패드에도 추가됩니다.

macOS Sonoma 공개

macOS Sonoma 공개

이제 바탕화면에 위젯을 직접 추가할 수 있습니다! 와아!... 그리고 간지나는 화면 보호기가 추가됩니다.

tvOS 17, AirPods의 새로운 기능 공개

Audio & Home

아무도 관심 없지만 tvOS도 업데이트됐고, 에어팟 프로의 펌웨어도 개선된다고 합니다.

watchOS 10 공개

watchOS 10 공개

워치 스크린에 스누피가 추가됩니다! 귀엽습니다!! 그걸로 말 다했죠 뭐. 그리고 그 날이나 그 순간의 기분이나 감정을 기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위젯이 스택으로 보여지게 됩니다.

One more thing... Apple Vision Pro

Vision Pro

'공간 컴퓨터' 라고 주장하는 VR 헤드셋이 새로 나왔습니다.

아마 이게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제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Apple의 보도자료로 대체합니다.

무려 3,499달러입니다.

그래서 iOS 써봤어요?

iOS 17 개발자 베타를 적용한 모습.

네. 글 작성일 기준 2일째 사용 중인데, 이전 버전과 달라지는 점은 별로 없습니다. 지금은 개발자 베타를 사용해 볼 수 있고, 7월에 퍼블릭 베타가 나온다고 합니다. 단, 개발자 베타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반드시 백업을 마친 후 올려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