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와,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스즈메는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을 열고, 문 너머의 재난을 막기 위해 힘겨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영화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그림과 감성적인 음악으로 눈물을 자아냅니다.
이 작품에서는 '지진'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접적인 지진에 대한 묘사와 긴급지진속보 벨소리가 여러 번 나옵니다. 해당 요소와 관련해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시청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기본적인 틀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재난 등을 배경으로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이 자연재해를 일본 신화나 설화 등과 연관지어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일본 외 국가의 관람객들이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도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일본 신화에 나오는 요소들에 대한 배경 설명이 약간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부분은 일본인의 관점에서 볼 때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볼 때의 관점에서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중 등장하는 '문'이 등장하는 지역은 아무 의미 없이 무작위로 배치된 것이 아닙니다. 스즈메는 작중 여러 지역을 이동하게 되는데, 이 지역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거에 큰 재난이 발생했던 곳'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히메에서는 2018년 폭우로 100명이 넘게 사망했고, 고베에서는 대지진으로, 도쿄는 과거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즈메의 고향인 후쿠시마는 과거 동일본 대지진으로 약 16,000명이 사망하고 현재도 방사능으로 인해 머무르기 어려운 지역입니다.
이번 작품은 여러 재난, 특히 동일본 대지진과 그 이후의 사람들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예고편도 보지 않고, 작품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관람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신선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극중 나오는 '3월 11일'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날짜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 당시의 일본 뉴스 등을 추천해줘서 본 적이 있습니다. 수십, 수백 채의 건물이 힘없이 쓸려 나가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가장 처음에 한 번, 후반부에 한 번, '집 위에 배가 올라가 있는 장면'이 스쳐 지나갑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후반부에 보았을 때, 얼마 전 유튜브로 본 그 모습이 스쳐 지나가면서 이 장면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에게는 그때 잃었던 사람들에 대한, 일본인 외의 사람들에게는 조금 더 일반적인 의미에서, 떠나보낸 사람들에 대한 위로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에게는 세월호 참사부터 이태원 참사까지, 우리가 마주해야 했던 그 많은 인재(人災)들을 생각해보면, 이에 대한 위로를 주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갔을 때는 이미 모든 특전과 오리지널 티켓, 포스터가 소진된 상태였습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이미 오후 시간대에 모두 나갔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이번에 오리지널 티켓이 엄청 잘 뽑혀서 굉장히 기대를 하고 갔는데, 좀 아쉬웠습니다(사실 이것 때문에 메가박스로 갔는데...!!). 개봉 첫날에 갔는데도 모두 소진되었으니, 다음번에는 첫날 조조로 보러 가야 할까요...?
그리고 이번 작품의 OST도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스즈메'는 지금도 이 글을 작성하면서 반복 재생하고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과는 비교가 어렵고, '날씨의 아이'보다 재밌게 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 밖의 지식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더라도 과거의 상처를 가진 채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맞이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냈습니다. 그런 저에게도 위로가 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