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는 대체 뭘 했는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 비위 의혹 관련 감사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블루 아카이브' 사건에서 시작된 큰 불길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게관위는 그동안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있었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99.9%의 사람들이 싫어할 정도라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거기다가 쐐기를 꽂은 게 바로 블루아카 사건이었고, 게관위의 등급 심의가 불공정하다며 이상헌 의원을 비롯한 5,489명이 국민감사를 청구했고, 그 결과 나온 것이 이번 감사보고서입니다.

그동안 의혹으로 보였던 것들이 사실로 드러났고, 심지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다른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여기서 말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KBS의 기사입니다.

게관위는 2017년부터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이라는 시스템의 '구축 사업'을 추진해 서류상으로는 개발이 완료되었고, 계약금액으로 계산하면 약 31억 원 이상이 투입되었습니다(부대비용을 포함하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개발이 완료된 시스템이라면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물통합관리시스템'은 전혀 돌아가지 않았고, 연계시스템이나 모니터링 시스템 등 일부 시스템만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감사하기로 한 사항에 대해서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한 결과, 위법하고 부당한 사항이 발견이 되었습니다. 기관을 감사하면 안 털리는 경우가 없다고 하지만, 이번 건은 웃겨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①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검수 후 대금 지급 등 계약관리업무 부당 처리

▪ 용역 대금은 과업의 완성 여부를 검사하여 합격한 경우 지급하는 것이 타당
- 게임위는 보조사업의 회계기간 내에 집행한다는 명목으로 통합관리시스템 1․2단계 및 감리용역 모두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합격한 것으로 검수한 후 대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나 사업자가 과업을 마무리하지 않고 철수하여 적어도 6억 원 이상 손해 발생
- 그리고 게임위는 감리업체에 감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하여 줄 것을 종용하였고, 감리업체가 이에 응하여 거짓으로 작성한 감리보고서를 게임위에 제출하자 이를 검수 업무 등에 활용
- 또한, 언론에 통합관리시스템의 검수 문제 등이 보도되자 게임위는 허위․과장된 해명자료를 작성․게재하였을 뿐 아니라 추가 감리를 통해 이를 무마하기로 방침을 정한 후 추가 감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리자료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인위적으로 통합관리시스템의 과업 진척률을 97%로 만들었으나 실제 진척률은 47%에 불과

②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과 용역에 대금을 지급

▪ 게임위는 자체등급분류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용역을 수행하기 위해 위 검증용역에 활용할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먼저 구입하였는데
- 라이선스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검증용역에 활용할 수 없었는데도 서류상 검증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되어 있어 점검한 결과, 라이선스 납품 사실을 게임위와 업체 모두 입증하지 못하였고,
- 검증용역도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검수 후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약 6개월 뒤에서야 결과를 제출받았으나 실제 검증 과업이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

이제 감사보고서의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감사보고서 안의 고유명사는 이미 익명 처리가 되어 있지만 임의로 변경했습니다.

시스템 구축 관련 비리

관계법령

우선 사전지식이라 할 수 있는 관계법령부터 훑고 지나가겠습니다.

전자정부법과 용역계약일반조건 등에 따라, 공공기관이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감리를 받아야 되고, 당연히 감리보고서에 구라를 치면 안 됩니다. 시스템을 구축할 때 내용이 변경되면 그에 맞춰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하고, 검사를 통해 완성되었는지를 확인한 후 돈을 줘야 합니다. 당연한 거죠.

문제점

1단계 사업 관련

게관위는 2017. 12. 27. A회사와 시스템 구축 계약을 하고, 다음 날 B회사와 감리 계약을 합니다.

1단계 계약이 종료될 즈음 A회사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단계 사업 중 42.2~49.9%밖에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게관위는 B회사가 감리를 진행하고 있어 감리보고서를 받지 못했던 상황임에도, 2018. 6. 20~21일에 A회사와 B회사로부터 준공계를 제출받았습니다. 준공계는 우리 다 끝났어요 하는 문서인데, 이걸 미리 받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28일, 게관위는 적정의견으로 검수를 한 후, A회사에 4억 5천만원, B회사에 2천만원을 줍니다.

그러나 B회사가 제출한 감리보고서에 따르면, 요구사항 514개 중 34개만이 적합 판정을 받습니다. 심지어 이 34개마저도 비기능 요구사항이고, 기능 요구사항 104개가 완료되었다고 했으나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감리보고서 상에는 '심각한 일정 지연', '현실적으로 불가능', '비상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B회사는 감리를 잘 한 겁니다. 일정을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고 잘 써 놓았으니 말입니다.

A회사는 이후 1단계 요구사항 610개 중 255개만 구축하고, 나머지는 2단계로 미루거나 삭제합니다. 한편, 게관위는 355개 요구사항을 삭제하고서도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습니다.

2단계 사업 관련

게관위는 2018. 12. 27. A회사와 C회사가 공동수행하는 방식으로 또 시스템 계약을 합니다. 그러나 감리 계약은 11개월이나 지난 2019. 12. 23. D회사와 감리 계약을 합니다. 감리 업체가 바뀌었네요. 더 문제는, 감리 기간이 9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2019. 12. 23. A회사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2단계 2차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인데도, 아직 1단계 사업을 하고 있었고, 2단계 사업은 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26~27일에 A회사와 D회사에게 준공계를 받습니다.

그리고 12월 30일에 D회사는 B회사의 1단계 추가감리보고서(위에서 말한 감리보고서와는 또 다른 내용입니다)를 게관위로부터 받아 이름 같은 형식적인 부분만 바꾸고 내용을 베껴서 감리보고서를 냅니다. 그리고 또 적정의견으로 검수를 한 후 A회사에 1억 8천만원, D회사에게 8천만원을 줍니다.

이후 A회사는 2단계 사업의 하자보수 기간 도중, 2020년 9월 말에 튀었습니다.

한편, KBS의 보도가 나오자 게관위는 D회사를 통해 2단계 사업에 대해 추가감리를 하고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346개의 요구사항 중 340개가 구현되고, 그 중 333개에 대해 적합으로 판정해 무려 96%가 적합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 비율을 맞추려고 안 된 걸 삭제하고 이미 게관위와 전산 유지보수 업체가 하고 있던 업무를 요구사항으로 추가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감사원의 손해액 산정

감사원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 손해액을 6억 6천만원 이상으로 산정했습니다. 사실 전산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긴 합니다.

업무 담당자의 부당한 업무 처리

이제 메인 주인공 두 명이 나옵니다. 편의상 E씨(감사보고서 상 D)와 F씨(감사보고서 상 G)로 하겠습니다. E는 게관위 직원이었고, 현재는 퇴사해 한국조폐공사로 이직했습니다. F는 현재까지 게관위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E는 1단계 계약이 종료될 시점에 50%도 안되는 진척률이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사업기간 내에 사업비를 집행해야 한다고 하고 A회사에 준공계를 먼저 낼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F에게 사업기간에 맞춰서 회계처리를 해야 하고 안 돼있는 부분은 하자보수로 완료하겠다고 보고하고 검수보고서를 결재를 받습니다. 그리고 돈은 나가버렸습니다.

2단계 2차 계약의 종료 시점에는 착수조차 하지 못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고보조사업 회계처리 기한을 핑계로 A회사에 준공계를 먼저 낼 것을 요청합니다. 그 준공계를 받고 검수보고서를 또 써서 또 결재를 받고 돈을 내보냅니다.

그 과정에서 F는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E로부터 보고받아 알고 있었음에도, 검수보고서를 결재해 돈을 주도록 합니다.

그 와중에 1단계 사업이 완료되지도 않았음에도 보조금 집행을 핑계로 2단계 사업을 추진하면서 임의로 과업을 변경하고, 이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했는데 전혀 조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이 회계기간 안에 끝나지 않으면 사업기간을 연장하거나 보조금 예산을 다음 연도로 이월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잘 집행했어요 하고 정산보고를 한 다음 보조금을 계속 받습니다.

한편, 2단계 2차 감리보고서를 받는 과정에서 1단계 추가감리보고서를 D회사에 넘기면서 이걸 베껴서 감리보고서를 쓰라고 하고, 그걸 받아서 검수하고 돈을 줍니다.

A회사는 하자보수기간 중이었던 2020년 8월에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E에게 통보를 하고, 실제로 런을 칩니다. 그런데도 이를 F에게 보고를 안 하다가, KBS 보도가 나오고 해명자료를 작성할 때가 돼서야 '사업자가 현재 충실히 하자보수 중은 아니고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몇 달 전부터 있었다'고 F에게 보고를 합니다.

심지어 해명자료를 작성하면서 D회사가 제출한 보고서는 1단계 추가감리보고서를 형식만 바꾼 것인데도, 이를 이용해 83%, 단순 오류사항을 포함해도 76% 이상은 완료가 되었고, 하자보수를 통해 95% 이상 과제가 완료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작성하고 F에게 보고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F는 76% 관련 문구를 빼도록 지시합니다.

이후 F가 추가감리를 통해 이상이 없는 걸로 보이게 하자고 방침을 정하고, 진척률을 높이라고 지시를 합니다. E는 D회사에게 추가감리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받는 과정에서, D회사의 감리원에게 이 방침을 알려주면서 이에 맞춰서 감리를 진행하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 감리원이 적합률을 높이기 위해 과업을 추가하거나 삭제한 것에 대한 근거를 요청했는데, E는 A회사 직원의 명의로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합니다.

이후, E는 해운대경찰서에서 이 사업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사를 할 것이라고 통보를 받습니다. 그러자 D회사에게 추가감리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고, 받은 다음 날 경찰 조사를 받으며 그 보고서를 근거로 96%가 구축이 되었다고 소명을 합니다.

관계기관 의견, 조치사항

게관위는 감사원에 E의 위법행위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내부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답변을 합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게관위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감사원은, F를 정직 등 중징계처분하고 E는 이미 퇴사를 했으니 이직한 기관으로 이 내용을 통보하라고 하고, A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이를 통해 손실이 보전되지 않으면 E와 F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A회사에 대해 국가사업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하라고 통보하고, 감리를 수행한 D회사에 대해 업무정지 등 처분을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과 용역에 대금을 지급

게관위는 이 사업 진행 도중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어떻게 엮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G회사의 블록체인 라이선스를 C회사로부터 구입하고[1]보통 공공기관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어도비 사의 프로그램 같은 경우 한국 총판과 비슷한 중간상이 끼어 있어서 이를 통해 구입을 합니다. 이 … Continue reading, 이후 블록체인 검증용역을 체결하게 됩니다.

관계법령

역시 사전지식인 관계법령을 봅시다. 게관위 자산관리규정 등에 따르면, 2천만원 이하의 물품은 수의계약[2]보통 공공기관이나 국가가 계약을 할 때는 공개 입찰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다만, 보통 소액의 경우에는 수의계약이라고 해서 적당한 … Continue reading을 통해 할 수 있고, 가급적 2인 이상의 견적서를 받아 처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견적을 받을 때는 각각의 업체에서 직접 제출받아야 합니다. 당연히, 납품이 잘 되었는지 검수를 하고 돈을 줘야 합니다.

문제점

여기서도 문제가 나옵니다. 사실 이 부분이 너무 웃깁니다.

게관위는 블록체인을 시스템에 엮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블록체인 검증용역을 2019년 2월에 발주하고, 이를 위한 라이선스를 구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E는(위에 있는 E와 같은 E입니다), C회사를 미리 점찍어두고, C회사를 포함한 3개 회사의 견적을 C회사로부터 다 받습니다. 그리고 E는 라이선스 구입계획이 결재되기도 전에 C회사를 통해 라이선스 구입을 완료를 합니다. 심지어 구매계약을 체결하지도 않고, 제대로 납품된 것인지 확인도 안 하고, 검수보고서도 작성하지 않고 1200만원을 줘버립니다.

웃긴 건 이 부분입니다. 감사원은 라이선스의 적정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는데, C회사는 G회사로부터 라이선스를 구입한 거래 내역을 찾을 수 없다고 회신했습니다. G회사는 C회사에 라이선스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을 합니다. 게관위는 대체 뭘 받은 걸까요?

심지어 이 라이선스는 발급받은 때부터 6개월 안에 사용해야 함에도, 블록체인 검증용역을 그래서 2월에 실시하는 걸로 결정해놓고서도, E는 바쁘다고 안 하다가 12월이 되어서야 검증용역을 합니다. 그 검증용역도 원래는 6개월 동안 한다고 했는데 1개월로 바꿨고, 심지어 1개월로 바꾼 계약을 체결한 지 1주일 만에 완료되었다고 검수를 하면서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고 검수보고서를 또 또 씁니다. 이 용역에 대해 소스코드 등을 C회사에서 제출받았어야 함에도 아무것도 안 받았습니다. 그리고 F사무국장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결재를 합니다. 원래는 6개월에 걸쳐 해야 하는 사업을 1주일 만에 끝냈다는 겁니다.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C회사가 제출한 용역 산출물을 확인한 결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였다는 증빙도 없고, 실제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사용하였다는 흔적조차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C회사에 이를 확인 요청하였으나 C회사는 담당자가 퇴사하고 대표도 바뀌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회신을 합니다.

조치사항

C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손실이 보전되지 않으면 E와 F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주문하는 한편, C회사에 대해 형법 제347조(사기) 혐의로 고발하며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에 따라 환수하고 부정당업자 등록 등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진행

게관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감사원 처분요구사항에 대해 철저히 이행하겠다면서, 본부장 전원이 본부장보직을 사퇴하고 재무계약팀을 신설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감사원은 기관에 처분요구를 하는 것까지가 일입니다. 이후의 대응은 기관이 해야 합니다. 이 일은 모두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게관위를 잘 지켜봐야 합니다.

감사보고서는 여기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각주

각주
1 보통 공공기관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어도비 사의 프로그램 같은 경우 한국 총판과 비슷한 중간상이 끼어 있어서 이를 통해 구입을 합니다. 이 경우도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2 보통 공공기관이나 국가가 계약을 할 때는 공개 입찰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다만, 보통 소액의 경우에는 수의계약이라고 해서 적당한 업체를 알아서 선정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