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초고층 건물에서의 피난 계획과 초기 소화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필자는 건축공학과 소방학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꼽으라면 옛날에는 63빌딩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잠실 롯데타워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높이가 555m에 이르는 이 건물은 세계에서도 5번째로 높은 건물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에는 롯데월드타워의 전망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롯데의 빨간 피가 흐른다 업무 특성상 전망대 위로 올라갈 일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안 해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불나면 어떡하지?
신입 캐스트 교육 때 설명하고 넘어갔는데, 더 알아보고 싶어서 자료를 좀 찾아봤습니다.
이제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전망대 117층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107층 식당[1]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시그니엘 입주자 등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도 못 가봤어요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초기 소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좋았겠지만, 걷잡을 수 없이 불이 번지고 있습니다. 여기를 빠르게 빠져나가야만 합니다. 모두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든 살 방법은 있다
보통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말고 계단을 통해 대피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117층에서 1층으로 계단을 통해 내려간다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옥상으로 올라가야 할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롯데월드타워의 옥상에는 헬리포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헬기도 날 구해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2]헬기를 통해 인명 구조가 가능한 대피공간이 있기는 합니다.. 그럼 남은 선택지는 하나 뿐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것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괜찮을까요?
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됩니다. 다만 117층에서 바로 내려가는 건 아닙니다. 우선 계단을 통해 가장 가까운 피난안전구역까지 가야 합니다. 모두가 계단으로 몰리게 되면 엄청난 혼잡이 발생하므로 1차적으로 피난안전구역으로 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롯데타워에는 피난안전구역이 총 5곳(22, 40, 60, 83, 102층) 있습니다[3]건축법 시행령 상 초고층 건축물에는 피난안전구역을 최대 30개 층마다 1개 이상 설치해야 합니다.. 이 층에는 어떤 상업 시설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 재난 상황을 위해 비워둘 뿐입니다(피난안전구역 이외의 공간에는 기계실이 있습니다).
비상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반드시 피난안전구역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계단으로 1층까지 내려갈 생각은 안 해도 됩니다. 그리고 모두가 대피해야 할 정도의 재난 상황이면 비상계단으로 저와 같은 캐스트 또는 직원들이 유도를 할 겁니다.
롯데월드타워의 전체 엘리베이터 61개 중 19개는 평상시에는 일반 엘리베이터지만 화재 시에는 피난용으로 전환되어 각 피난안전구역에서 1층만을 왕복하게 됩니다[4]비상 모드로 전환된 엘리베이터는 관리 키가 있는 관리자만이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1층으로 갈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살았습니다!
이런 걸 활용할 일이 없어야 하는데
비상시에는 이렇게 탈출하면 됩니다. 하지만, 초기 소화가 제대로 된다면 위에서 설명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소화기가 중요한데요, 롯데월드타워 뿐만 아니라 많은 건물들에는 내 가까이에 소화기가 있습니다.
제 업장을 예로 들면, 일단 '문 근처에는 다 있다'가 어느 정도 성립합니다. 실제로 찾아보니 대충 둘러보아도 2~3개 정도는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소화기로 끌 수 있는 불이라면 소화기를 찾아봅시다.
참고문헌
- 박형주, 이영재. (2018). 초고층건물 피난계획시 피난용 엘리베이터 이용에 의한 피난소요시간의 단축효과 연구. 한국화재소방학회 논문지, 32(6), 46-54.
- 오현석. 50층 이상 초고층 화재 '피난안전구역에서 승강기로'. MBC, 2017년 1월 4일.